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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탑승

selz 2024. 11. 12. 23:24

시작일로부터 멀어졌지만 아무튼 챌린지에 탑승하기로 했다. 발행할때 주제 선택이 필수던데 이럼 그냥 아무 뻘소리나 쓸수가 없잖아... 제일 만만한게 감상이니 그쪽으로 가야지 뭐.

 

봐야지 봐야지 하다가 최근에서야 생각나서 본 영화가 있다

 

 

알기 쉬운 영화다. 줄거리 초단순. 다늙어서 오늘내일 하는 할배가 (대략 10년 전쯤 싸워서 연끊은)형아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형아를 만나러 가면서 인생을 돌아보는 얘기다. 할배 면허가 없어서 차가 아니라 잔디깎이를 타고간다. 그리고 이게 실화라고 함ㅋㅋ 대략 600키로 거리였는데... 역시 노장은 죽지 않는다~!

 

 

제일 인상 깊었던 장면... 영화를 마음에 담아둔 이유였던 장면을 제외하고 말하자면, 어떤 중년여자가 차로 사슴을 쳐서 죽이고는 할아버지한테 와다다 감정을 토해내고는 그대로 가버리는 장면이었다.

 

스트레이트 스토리라는 제목답게 할아버지는 길을 쭉 따라 직진한다. 그건 (진부하게도)인생의 비유이기도 해서 할아버지는 순서대로 가출소녀, 자전거 동호회 청년들, 일에 치여사는 장년의 여자, 가정을 이루고 안정적인 중년부부, 자신과 같은 처지의 노인을 순서대로 만난다. (+선교사까지ㅋㅋㅋ 완전 죽음으로의 여정임)

 

그 중에 왜 중년 여자가 눈에 들어왔냐면...

 

걍 이여자 나올때 아 이거 인생을 비유한거구나를 깨달았어서다

 

ㅋㅋㅋㅋㅋ

 

 

-좀 도와도 되겠소?

-뭘 어떻게요? 아무도 도울 수 없어요 헤드라이트 켜고 경적 울리며 창 밖으로 소리도 질러 봤어요! 창문을 내려 차도 두들겨 보고 시끄러운 음악도 틀어보고 기도도 열심히 하며 달렸어요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지만 바로 이 길에서 7주 동안 13마리나 치었다고요! 40마일이나 되는 이 길을 달려 매일 출퇴근 해야 하니 어쨌든 또 달려야 한단 말이에요! 도대체, 어디서 나타나는 거야! (...) 내가 사슴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여자는 저 대사 후에 차 타고 쌩하니 가버리고 할아버지는 죽은 사슴을 보다가..... 구워먹는다

 

ㅋㅋㅋㅋㅋ

 

그리고 사슴 뿔로 잔디깎이 차 장식함ㅋㅋㅋㅋㅋ

 

아 그렇지. 이왕 죽은거 요긴하게 잘 써야지.

 

암요 그럼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왕 죽어버렸다면 쓸 수 있는건 다 써야 죽은 개체에게도 잘된 일일거라고. 사용되지 않아서 온전한 모습인것보다 최후의 모습이 처참할지라도 사용되는 쪽이 백배는 낫다.

 

 

돌아와서 할아버지는 한 마을에 도착한다. 브레이크가 망가져서 디질뻔 하는걸 주민들이 발견하면서 만난다. 이후 주민들과 할배사이에 취조같은 대화가 몇번 오가고 차를 몰 수도 없고 새 잔디깎이를 사지도 않겠다는 할아버지를 잠시만이지만 마을에 받아들인다.

 

어떨까. 할배 고집에 못이겼다고도 할수있겠지만 나는 주민들이 할아버지에게 감동받았다고 느꼈다. 할배 첨부터 주변인들한테 끊임없이 잔소리 듣거든. 그 때마다 할배는 이건 스스로의 힘으로 해야만 하는일이라고 그렇게만 뚝심있게 답하는데 그게 낭만적이었다. 그래서 그랬던거 같다. 낭만적이라서...

 

사실 이거 쓰면서 다시 그 장면 떠올려보는데 내 감상보다는 대꾸할 말을 더는 못찾아서 한발 물러났다고 보는게 더 정답같긴 하다. 왜냐면 집 마당을 빌려준 아저씨가 계속해서 할배에게 착한짓(차로 데려다 드릴게여)를 시전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여정을 다 보고 또 할아버지의 그 멘트에서 낭만을 느껴서ㅋㅋㅋ 감동받은거라고 느꼈나 보다.

 

낭만있잖아~~ 흠.. 그러시구나.. 그러면 함.. 고쳐보죠. 그런 말이 나오는 기분이 되잖아. 돕고 싶잖아. 편리하고 쉬운 방법으로 선의를 보이는게 아니라 할아버지의 의지 목표 그런게 바램대로 이뤄지도록 거들고 싶은 기분이 되잖아...

 

 

뭐... 아무튼 이러고 그 동네에서 할아버지는 자기 또래 노인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 거기서 밝혀지는 할아버지의 죄의식은 전쟁통에 실수로 같은편 동료를 쏴죽였다는 것. 과연... 쉽게 말하기 어려운 얘기였겠군.. 비슷한 일을 겪은 적 있는 노인 둘이 그렇게 젊은시절의 죄를 수면 위로 꺼내서 눈물즙을 짜낸다.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타인은 그런 힘이 있지... 솔직하게 만드는

 

그래서 형아한테 꼭 사과를 하고 얼굴을 보고 싶었던 걸거다. 죽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안그래도 영화 시작하자마자 스트레이트 할배(할배 성이 스트레이트다ㅋㅋ)가 쓰러진다. 병원에서 할배요 보니까 오늘내일하십니다. 진단 땅땅 내려지고 곧이어 즈그 형도 쓰러졌단 소식을 듣는다. 그래서 할배가 여행을 결심한거임. 형아한테 사과하러가는 일종의 참회와 속죄의 여행이기 때문에 쉽고 편한 방법을 할아버지는 스스로에게 허락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한사코 거절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고통스럽지 않으면 오래걸려도 자신의 힘으로 하지 않으면 안돼서. 속죄할 만큼의 충분한 시간이 필요해서도 있을거고

 

 

...

 

낭만있지 않아?!

 

ㅋㅋㅋㅋㅋㅋ

 

내가 너무 남의 일 보는 시각이라 그런건가...

 

 

할아버지의 여행은 정말 마지막의 마지막에 와서 멈추게 된다. 형아네 집으로 가는 길목 코앞에서 잔디깎이차가 전사해버린것. 할배는 가만히.... 기다린다 ㅋㅋㅋ 무엇을? 아마 용기였겠지. 보름이 넘는 여정이었는데... 마지막의 그 마지막 순간까지도 겁이 나는거다! 용서를 구한다는건 정말 어려운 일인거야.... 참고로 영화에서 할배가 형아한테 뭔 잘못을 했는지는 안나온다. 형제 캐릭터들도 나오는데.. 얘네가 할배형제를 의미하는거라면 진짜 개 별거 아닌걸로 싸운걸지도.. 근데 이것도... 보통 나이 좀 먹은 집안 형제 싸움은........... 거진 돈문제로 싸우는데... 여기는 아무리 봐도 돈문제로 그런건 아니라서 참 그래도 순수하고 예쁘구만 이랫음 ㅋㅋㅋㅋㅋ개웃긴다 쓰면서도ㅋㅋ 진짜 이입 존나 못한다 나

 

여차저차해서 할아버지는 형아할배네 집에 도착한다. 그다지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ㅋㅋ) 집앞에서 형아를 부른다. 이름 뭐였지? .......이름은 기억안남. 하여튼 형아할배를 부르는데 이어서 안쪽에서 땡땡이냐?(아니 이름이 기억안나 둘다)이럼 10년 넘게 안보고 살았는데도 목소리만 들으면 바로 아는거야. 가족이란 감동적이구만.

 

 

그렇게 이어지는 재회씬!!!!!!!!!!!!!! 이 바로 내가 이 영화를 보겠다고 마음 먹은 이유다.

 

 

 

지금은 오프라인으로 구매해야만 하는걸로 알고 있는 웹툰이다. 아주 오래전 본 웹툰인데 영화 리뷰 만화다. 가장 인상깊었던 건 저자가 솔직한 사람이란점. 저자는 몹시 찌질한 남자인데 자신의 찐따력을 (한차례 자신이 감당할수 있을 수준으로 걸렀다고해도) 그대로 보여줬다. 그게 대단하다고 느꼈었음. 이 만화에서 기억나는 리뷰가 두개인데 하나는 1편인 건축학개론(그의 찌질함을 알수 있다)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스트레이트 스토리다.

 

이 영화에 대한 저자의 감상을 기억에 남아있는데로 옮겨보자면, 저자는 이 영화를 보고 많이 울었는데 그 이유가 울라고 쥐어짜는 요즘 영화들과 다르게 컵 안으로 한방울씩만 떨어지게 열어둔 수도꼭지처럼 천천히 슬픔이 쌓이게 뒀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마지막 재회씬이라는 한방울이 기어코 컵을 넘치게 해서 펑펑 울게 만들었다고 했었다. 이 표현이 무척 뇌리에 깊게 박혀서 봐야지.. 하다가 잊어버렸는데.... 최근 그냥 별 이유도 없이 문득 생각났다. 이 영화라기 보다도 이 표현이.

 

 

그래서...

 

그렇게 고대하던 마지막 장면은 어땠냐면......

 

좋았다.

 

ㅋㅋㅋㅋㅋ

 

펑펑 울거나 하지는 않았다(그 전에 나의 어떤 부분이 자극당해 울컥한 부분들이 있긴 했지만) 그치만 왜 좋았다고 했는지 알거같다. 가슴 뜨거운 포옹! 같은거 없다. 아주 오랫만에 만난 형제간의 어색한 재회가 주는 현실감이 매우 좋았다! 주인공 할배가 형아 할배 눈치를 존~~~나 보는데ㅋㅋㅋㅋ 그게 너무 웃기고 짠했음 저 나이 되서도 형아는 무서운 법이구나.. 근데 정말 형아 할배 좀 무서움..ㅋㅋ 동생할배를 약간 복잡한(그래서 일견 냉담해보이는)눈으로 보다가 동생이 타고온 잔디깎이 차를 보고는

 

 

-나를 보러 저걸 타고 여기까지 온 거니?

-그래, 형!

 

 

ㅋㅋㅋㅋ

 

저라고 동생새끼 미련하고 짠해져서 눈시울 붉어지는거까지 형다워서 뭔가 웃겼다ㅋㅋ 설령 정말 형에게 화가 남아있었다 해도 그걸 보고 눈녹듯이 그런 맘이 사라졌겠지 싶어서ㅋㅋ 다 늙어빠진 동생놈 면허도 없어서 저 멍청한 놈이 잔디깎이 차 그것도 지같이 늙어빠진거 털털털털 하면서 왔다 생각하면... 을매나 고생하면서 왔을지.... 이런 생각이 순간적으로 치솟듯 느껴지니 눈물이 날 수 밖에...

 

그래서 결론은 머... 재밌었다고... 루드비코가 느낀정도의 감동은 못느꼈지만 나도 재회씬은 충분히 좋았다구 실망하지 않을 정도로. 그 어색함도 형아 눈치보는 동생도 뒤늦게 눈물 올라온 형아모습도.

 

 

 

이상 감동실화 스트레이트 스토리였습니다